'한파·폭설' 하늘·바닷길 막히고 인명·시설물 피해 속출

북극에서 밀려온 한파가 지난 주말부터 전국을 강타하면서 곳곳이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폭설과 기상 악화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제주섬 체류객들은 사상 최장기 불편을 겪어야 했고, 저체온증 등으로 최소 8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수도관 동파와 비닐하우스 붕괴 등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 제주 하늘길 44시간 막혀…공항 노숙 행렬

제주 전역에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활주로와 바닷길이 통제된 제주섬은 약 44시간의 '역대급' 고립사태를 겪었다.
 

다행히 25일 오후 2시 47분 운항이 재개돼 주말내내 발이 묶였던 체류객들이 하나둘 육지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후유증은 컸다.  

 

마땅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체류객들은 2박 3일간 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해야했다. 첫날에는 담요도 없이 종이상자나 신문지를 깔고 쪽잠을 잤다. '스티로폼 침대'와 '비닐하우스'까지 등장했고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갔다.

사흘간 막혔던 제주 바닷길도 이날 오후부터 해상 기상상황이 좋아지면서 여객선들에 길을 텄다. 그러나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은 8일째 중단돼 울릉주민 1천여명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풍랑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정기여객선은 운행을 재개하지 못했다.
 

울릉도에 물품 운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이 동이 났다. 또 일주일 동안 137㎝ 눈이 내려 15개 마을 90가구가 지난 23일부터 사흘째 차가 다니지 못하고 고립됐다.
 

인천과 서해 5도를 잇는 여객선 일부도 사흘째 발이 묶여 있다. 인천∼백령, 인천∼연평 항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항로는 이날 오전 5시 서해중부앞바다에 내려졌던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정상화됐다. 
 

목포·연수·완도 등을 오가는 55개 항로 여객선 92척도 전면 통제됐다.
 

◇ 한파 속 저체온증 등으로 최소 8명 숨져 
 

올겨울 들어 최저기온을 기록한 지난 24일을 전후해 전국에서 저체온증 등으로 최소 8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파지를 줍다가 길에서 숨진 노인과 추위에 길에서 신음하다가 사망한 노숙인 등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 24일 오전 7시께 대구 달서구의 한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파지를 줍던 노인(67)이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오후 6시 25분께 충남 아산에 사는 41세 남성이 철로 옆에 쓰러진 채 발견돼 아산 충무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앞서 오전 10시 30분께는 충남 공주에 사는 74세 노인이 주거지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한파와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45분께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 내 컨테이너에서 유모(7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기장판 이외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이 지내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내 한 주택에서도 35세 여성이 실내온도가 2도까지 떨어진 방 안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알코올 중독치료를 받아온 이 여성은 이날도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3일 오후 9시 55분께에는 부산 서구 충무동 물양장 공영화장실 앞에서 노숙인 김모(47)씨가 신음하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날 오전 8시 25분께에는 경북 의성군 한 논에서 치매 노인(77)이 동사했고 오후 2시 20분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을 밀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 수도관·계랑기 동파 등 피해 속출…일부 개학 연기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가 며칠째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계량기 동파와 비닐하우스 붕괴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수도권 등 중부에서는 주택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가 속출, 주민들이 물이 나오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3일부터 이날 새벽 5시까지 서울 1천36건, 인천 767건, 경기 564건, 충남·북 126건 등 3천3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 충주시에서는 102가구 300여명이 사는 종민동 2통 지역의 상수도 배관이 얼어붙어 지난 22일부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21가구 50여명이 사는 신니면 모남리 도원마을에도 지난 24일부터 수도 배관이 터져 수돗물이 끊겼다.
 

전남지역에서는 지난 24일 낮 12시 40분께 화순군 북면 백아산 자연휴양림 입구 도로에서 차량 5대가 폭설로 고립됐다가 긴급 제설작업으로 7가족 21명이 구조됐다.
 

또 장성 11개 동·영광 1개 동 등 비닐하우스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고 화순·영광·함평에서 축사가 폭설로 무너져 가축 70여마리가 대피했다. 전날 30㎝ 안팎의 눈이 내린 정읍, 순창, 부안, 김제, 고창 등에서는 비닐하우스 21동이 무너졌다.
 

제주도 전역의 폭설과 강풍으로 김녕초, 김녕초 동복분교장, 강정초 등 초교 3곳은 이날 임시휴교하고 오는 26일 개학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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