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길목' 제주 바짝 긴장…대비 태세 문제 없나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 있는 제주. 매해 태풍 때문에 크고 작은 피해를 보는 제주도에서는 태풍 발생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진로를 예의 주시하며 긴장한다.
정부는 태풍 진로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지인 제주에 '국가태풍센터'를 설치했다. 2008년부터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모든 태풍 정보를 감시하고 진로를 예측하고 있다.
◇ '태풍 방패막이' 제주…올해는 몇 개나 국토 최남단 제주도는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마주한다.
태풍이 제주를 강타하면서 한라산과 부딪치게 되면 대부분 세력이 약해져 진로를 틀었다.
그동안의 경험이다.
2007년 태풍 나리가 제주에서는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냈지만 한반도 본토에는 큰 피해를 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내습 직후 제주도지사는 "한라산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 육지부 피해를 줄이는 만큼 정부가 응분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올해는 태풍이 몇 개나 찾아올까. 기상청에 따르면 1981∼2010년 발생한 태풍은 연평균 25.6개다.
이 가운데 3.1개 꼴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유독 태풍이 잦았던 2012년에는 카눈(7월 18∼19일), 담레이(8월 2∼3일), 볼라벤(8월 27∼28일), 덴빈(8월 30일), 산바(9월 16일∼17일) 등 5개가 제주를 덮쳤다.
올해는 현재까지 12개 발생했다. 이 가운데 9호 태풍 '찬홈'이 제주 등 일부 지역에 간접 영향을 미쳐 크고 작은 피해를 냈다.
기상청은 올해 태풍이 평년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많이 생기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강한 태풍은 대개 8월 말∼9월께 찾아온다.
가까운 미래에 초강력 슈퍼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칠 수도 있다는 전문가 예측까지 잇따라 올해는 특히 긴장감이 더 강하고, 길게 이어질 형편이다.
◇ 2007년 나리 때 '물폭탄' 최악 홍수…바람 피해 더 크고 잦아 문제 근래 제주에 가장 큰 피해를 낸 태풍은 '나리'다.
2007년 9월 16일 상륙한 나리는 산간이며 해안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해안 저지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는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했다. 급류에 휩쓸려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였다. 재산피해도 1천300억원이 넘었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투수층이 잘 발달한 데다 산간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마른 하천'이 있어 나리 내습 전까지는 홍수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나리 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2시간 사이에 시간당 100㎜가 넘게 퍼부은 것이다. 나리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치수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제주도는 이듬해 하천수계별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하고 제주시 한천·병문천·산지천·독사천 등 4개 하천에 저류지 12곳을 설치했다.
저류지는 큰 비가 내릴 때면 하천으로 흘러든 엄청난 양의 빗물을 최대 147만7천㎥까지 저장, 범람을 막는다. 문제는 바람이다. 나리를 제외하면 제주에 내습한 대부분의 태풍은 비보다 바람 피해를 많이 남겼다.
2012년 볼라벤 내습 때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9.6m에 이르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 제주 이곳 저곳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당시 서귀포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있던 중국 어선 2척은 강풍과 높은 파도에 전복, 침몰해 선원 15명이 실종·사망했다. 볼라벤으로 파손돼 수백억원의 피해를 본 서귀포 외항은 아직도 복구 중이다.
나리 이전에 큰 피해를 남긴 태풍으로는 1959년 사라가 있다.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사라는 제주에서도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도 악명 높은 태풍으로 꼽힌다. 제주에서 주로 발생하는 태풍 피해로는 비닐하우스 파손, 정전 등으로 인한 양식장 물고기 폐사, 농작물 침수 피해, 전봇대·가로수를 비롯한 시설물 부러짐 사고, 월파 등이 있다.
하늘길과 바닷길 등 연륙 교통 두절에 따른 도민과 관광객 불편과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